책: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Posted by 내일인화

2012. 7. 18. 00:49



책 제목에 이끌려 빌렸다. "세계 지성의 상징이자 성소"인 하버드! 똑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를 끈다. 나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좋다. 머리 좋은 사람들도 좋아하고. (왜냐하면 내가 안그러니까.) 뭐 어쨋든 그래서 이 책이 내 흥미를 끌었다. 


본문에서 하버드대 학생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한다. 성적이 높지 않으면 취직이 힘들고 ("눈높이에 맞는" 회사에 취직이 힘들다는 거겠지만ㅋㅋ) 교수가 불시에 질문하면 당황해서 머릿속이 하얘진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같은 배우는 입장에서 겪는 고충은 같은거다. 


책에서 딱히 엄청나게 흥미로운 사건같은 건 벌어지지 않는다. 학생과 교수사이의 신경전도 자극적이게 써내려가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천재적인 학생 한 명이 무능하고 독재적인 교수에게 정면도전한다던지, 교수가 무시하던 구제불능의 학생이 짠하고 금의환향한다던지)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에서는 그 신경전이 우울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학생만 애를 쓰고 교수의 한마디에 승리감도 느끼고 비관하기도 하지만 교수는 정작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호하다. ("자네, 이름이 뭔가?") 영화 <세 얼간이>에 나오는 것 같은 수재학생들의 발랄하게 뛰어나고 통쾌한 활약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은 비추.


친구들간의 미묘한 경쟁이 잘 표현된 것 같다. 강의실 풍경도 어딜가나 똑같구나 싶더라. 잔잔한듯 빠른 전개 속에서 하버드대학 학생들이 공부에 치이고 그놈의 "요약"에 목숨거는 모습에 나까지 숨이 막힌다. (그리고 드는 생각: 아맞다 나도 공부해야하는데) 그리고 킹스필드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애증어린 동경.


책이 굉장히 시시하게 끝난다. 애초에 기승전결 중에서 딱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과 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열린 결말에서 하트가 비행기를 ㅈㅂ어날렸는데도 나는 그의 성적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는 건 책이 재미없었다는 거겠지. 내가 최근에 빌린 책들 중에서는 굵은 편에 속하지만, 이틀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쑥쑥 읽히고 쑥쑥 끝난다. 도서관에서 책을 두 권 빌려와서 다행이야. ㅜㅜ 다음엔 항해모험소설을 읽고싶은데 뭐가 좋을까? 






"한가지 더."

툼스가 얼른 말했다.

"성적에 관한 모든 말들은 다 사실이야. 너희들은 죽어라 공부해야해. 

도서관에서 도망칠 생각일랑 아예 하지도 마."




첫사랑만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 첫사랑이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어린 나이에 일어날 때만 말이야.




"만약 우리가 여기서 쫓겨나서 인생을 망친다면 당신이 책임지겠소? 

모든 게 이 일주일에 달려있단 말이오. 세상만사가 말이야. 

만약 지금 나간다면 우린 낙제하고 말아.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걸 송두리째 잃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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