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

Posted by 내일인화

2012. 6. 2. 00:49



영화 전체적으로 vimeo에 나오는 감성적인 영상 분위기가 난다. 영상미가 정말 예쁘고 동화적이다. 




























거대한 털복숭이 괴물들의 부드러운 목소리 반전이라면 반전. 


"Wild Things"답게 (원제는 Where the Wild Things Are이다.) 화를 낸다거나, 시비를 걸 때, 진지해질 때는 정말 무서웠다. 당장이라도 그 큰 팔을 휘둘러 머리통을 날려버릴 것 같았으니까. 캐롤이 잠꼬대하는 부분에선 내 간담이 다 서늘해졌다. 이게 과연 애들이 보는 영화 맞나 싶을 정도로...


막스는 정말 반짝반짝하고 아이답게 생겼다. 제멋대로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이리저리 들쑤시며 다닌다. 보는 입장에서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순간도 있지만, (인정하긴 싫어도)우리도 막스 나이때는 다 저랬다. 그래서 우리는 늘 부모님께 감사하며 살아야한다.(옙)


맘껏 뛰노는 인디언이 연상되는 배경음악이 좋았다. 


놀라운 사실은,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모리스 센닥의 저서 <Where the Wild Things Are>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데, 어릴 때 집에 이 책이 있었다. 하지만 삽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닥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없다. 단, 역시 모리스 센닥의 저서인 <깊은 밤 부엌에서>는 정말 재미있게 몇 번이나 읽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깊은 밤 부엌에서는> 에서는 괴물 그림 대신 먹음직스러운 빵반죽 비행기가 그려져있다. 



이 캡처 보면서 느낀건데, 

막스가 뭔가 영화 찍으면서 늙어(?)버린 느낌...









그래도 그렇지 이놈아 엄마 깨물지마




ㅜㅜ영화 내내 말이 없던..음 이름이 뭐더라 여튼 괴물...

속은 상냥했던 거였어...



내가 영화를 보며 느꼈던 두가지 공감대.


1. 대학에서 이제 막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 이 들뜨는 시점에서, 만난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멀어짐을 느끼는 괴물들의 이야기(캐롤과 KW)를 보고 있자니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동시에 괴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모두가 각자의 길을 걸어가며 멀어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겠지?



2. 막스와 괴물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나와 호스트가족들이 떠올랐다. 나는 비록 미국에서 이방인이었지만 내가 왕이라도 된 것 마냥 이것저것 하고 싶어했고, 하자고 졸랐고, 호스트가족들은 그래그래, 하면서 느긋히 따라와줬다. 그리고 현지인으로서 내가 하고자하는 일을 할 수있게 도와주었다. (심지어 느릿느릿하면서 장난스러운 말투까지도 닮았다) 


막스와 캐롤이 나란히 앉아있는 장면에선 나와 아저씨가 찍은 사진이 떠오를 정도였다. (아저씨는 덩치크고 늙은 흑인이고 나는 작으니까)


또 캐롤과 괴물들이 막스에게 가졌던 기대감처럼, 아저씨는 내가 있음으로서 가족들의 유대가 깊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있었다. 보편적인 4인가정(아빠, 엄마, 아들, 딸)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캐롤은 그 외에도 여러의미로 아저씨와 비슷하다. 평소에는 다정하고 현명하게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지만 가끔(아니, 자주) 히스테리컬하게 변해버릴 때는 내 등골이 오싹해질정도로 폭력적이고 통제가 안될정도로 변해버린다. 말도 안되는 일들에 대해서 신경질적으로 변해버리고 모든 걸 폭력적으로 포기해버린다. 그 순간에는 내 머리 위에 얹어진 왕관도 무용지물해지는 것이다. 


어쨌든 아무런 통보없이 내가 그네들 삶에 흘러들어왔던 것, (진짜 하룻밤에 결정된 일이었다)


떠날 때 (어쩌면 갑작스럽게) 떠났던 것,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극적이고 함축적으로 만들면 이 영화와 비슷한 것 같다. 나는 막스에게 이입되어 영화를 보았다. (아니 내가 떼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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