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자살 가게

Posted by 내일인화

2012. 5. 19. 01:23


<사진출처: http://www.allocine.fr/film/fichefilm_gen_cfilm=147453.html>


인물들이 매우 평면적이다. 그리고 예상 가는 시나리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식의 유머를 기대했으나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 이하였다. 심지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마지막 갈등마저도 기대이하였다. 


하지만 미래의 세기말적 분위기의 우울한 사회에서 (공무원들이 집단자살할 정도면 말 다했지) 자살이 유희로 발전된다는 것과 대대손손 자살을 영예롭게 받들어 오는 침울한 튀바슈가문에 대한 설정은 정말 흥미로웠다. <잊혀진 종교>단지도 마음에 들었다. 경기가 있던 날 우수수 떨어지는 사람들. 


마지막 페이지의 반전은 그나마 놀라웠다.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까. (하지만 더 극적으로 서술할 수 있었을텐데.......작가의 문체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어휴 <초상화살인>을 읽고난 직후라서 이런말 하기가 좀 조심스럽네) 너무 어리둥절해서 "그"라는 대명사가 알랑을 지칭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 부분을 세 번이나 다시 읽었다. 옮긴이의 말에는 "...설사 이 소설의 결코 예측하기 어려운 마지막 장면에 쿵하고 충격을 받았다해서, 망연자실, 여하한 철학적 고민으로까지 전개해보느라 골치 썩일 필요도 없이......즐겨보기를 권하고 싶다." 라고 적혀있을 뿐이라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역설적인 무언가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뭐 아니라면 그냥 짜져있어야지. 인터넷에 여러가지 해설들이 있긴 하지만, 딱히 무슨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그냥 작가 나름의 오픈엔딩이라고 생각할거다.



"그럴리가요. 튀바슈 가문 사람을 결코 웃지 않는걸요!"




"...우리 가게에서 나가는 사람들한테는 '안녕히 가세요'라는 평범한 인사는 하는 게 아니야.

'명복을 빕니다'라고 아예 작별인사를 해야지..."




"...왜 있잖아요, '잊혀진 종교'단지 관리인으로 일한다던... 이번 목요일에 자기 장례식에 우릴 초대하고 싶대요."




"가만 보면 아마추어들이 너무 많아요...아시겠지만 십오만 명이 자살시도를 하는 가운데 

무려 십삼만팔천명이 실패를 하고 만답니다..."




"호오, 손님은 이제 죽었습니다!"




더는 계절의 변화도 없다. 무지개는 부러졌고 눈발은 접은지 오래. '잊혀진 종교' 단지, 저 '정신의 나라' 건물들 뒤로는 이미 거대한 사구들이 생겨나고 있어 이따금 바람이 그 모래알들을 이곳 베레고부아 대로변 '자살가게'문턱에까지 휘몰아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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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초상화 살인

Posted by 내일인화

2012. 5. 19. 01:09


<사진 출처: http://www.antique-fine-art.com/>


독백위주의 흥미로운 전개방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대화는 거의 없고 화가가 친구이자 저명한 비평가인 모델에게 일방적으로 뱉아내는 말으로 장이 넘어가지만 의외로 지겹지는 않다. 

단, 전반적으로 지겹지는 않다는 말이지, 후반부에 들어설때 쯤에는 현재진행형인 사건이 생기지 않고, 딱히 이렇다할 갈등도 없으므로 조금 지루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기는 하는 건가 싶어서 책 제일 뒷장을 슬쩍 훔쳐보고 싶은 충동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그것만큼 독서 전체를 망치는 일도 없기에.) -뭐 어쨌거나 무슨 일이 있기는 하더라. 


화가가 젊은 시절, 깊이 존경하던 친구를 조롱하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과정에서 예전에 있었던 사건들이 드러난다. 친구의 권력에 대해 농담조로 비난을 던지고, 친구의 보호막 아래에 있던 나약한 자아를 깨버렸음을 넌지시 암시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덤덤하게 팩트를 나열하지만 사실은 화자는 친구의 죄악과 그로인한 성공을 참을 수 없어한다. 


마지막 장에서 화자와 친구가 함께 바다를 보러나가며 화자가 폭풍우 치는 날의 바다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결국 화자가 친구를 바다고 밀어버릴 것이라는 (혹은 적어도 그러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비평가이자 화가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또한 바다에 대한 묘사 역시 인상적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목이다. 영어 제목은 <The Portrait> 인데 <초상화'살인'> 보다는 차라리 그냥 <초상화>가 나았을 것 같다. 나는 또 무슨 추리소설인 줄 알고 책을 집은거란 말이야. 


화자가 스코틀랜드 출신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스코틀랜드에 대한 좋은 기억밖에 없으니까.

자부심 돋는 잉글랜드나, 마냥 따땃한 동화 속 웨일즈보다는 스코틀랜드가 더 좋았다.





이 그림은 '헨리 모리스 맥알파인이 그린 어느 신사의 초상'이 될까?

 아니면 '이름 없는 화가가 그린 윌리엄 나스미스의 초상'이 될까?




어쨋거나 난 명성이 반드시 사라진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가만히 앉아서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싶진 않았어. ...다른 사람들이 내 명성을 깨뜨리는 게 싫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때려눕히기 전에 내가 나 자신을 넘어뜨린거야.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가 아침을 먹으면 이미 영혼을 잃어버리는 셈이지. 

그러니 아예 살인도 해버리면 어떨까?




하나님을 닮았다는 인간의 위엄있는 모습을 바다가 그렇게 쉽게 끔찍하고 괴기스러운 꼬락서니로 만들다니.




미켈란젤로에게 율리우스 교황이 없고, 터너에게 러스킨이 없고, 마네에게 보들레르가 없었어도 

그 사람들이 그렇게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




자넨 스코틀랜드에 가 본 적도 없지? 협곡을 면해 있는 벼랑의 꼭대기.

사람을 쓰러뜨릴 듯 윙윙대는 바랍 속에 서서 한때 그 곳에 살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단 말이야.




우리에겐 쉰아홉가지의 회색이 있지. 말하자면 스코틀랜드는 회색의 나라야.

음울한 새벽과 위협적인 광풍이 몰아치는 아침, 그 둘의 차이 속에서 우린 하느님이 창조한 것을 모두 볼 수 있다네.




제리코가 그린 <메두사의 뗏목> 생각나? ...처절하고 영웅적인 사람들이 캔버스를 지배하지, 

그들이 핵심인 것 처럼 말이야. 

그렇지만 사람을 바다에 갖다 놓아봐. 무의미하고 우스꽝스러울 뿐 전혀 영웅적이지 않아.

바다는 그들을 한입에 집어삼키고는 그랬다는 사실조차 모를거야.

...딱한 일이지. 인간을 영웅으로 만들어주려고 바다가 있는 게 아니니까.




그녀는 죽고 싶었기 때문에 죽은거야.

그녀는 하려고만 하면 무엇이든 잘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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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에

Posted by 내일인화

2012. 5. 14. 18:18



도서관에 가서 신문을 읽는데 사진이 너무너무 예뻤다.

안그래도 그 날 아침에 학교가기 전에 티비를 틀었는데 

마침 윌리엄왕자가 케이트 미들턴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타이밍이 너무 멋져서 나는 그냥 재방송인 줄 알았다)


동화 속 왕자와 공주같지 않아? 





방과 후 우유 한 컵





정말 공부할 맛 나는 책상ㅋㅋㅋㅋ 

겨울에 추운 날 발을 동동 구르며 이 책상에서 공부하다보면

스크루지의 조수 보비라도 된 기분이다. 

엉엉 월급주세여 사장님





앤틱마켓에서 행카주려고 산 보석함. 

지금보니까 너무 탐난다 ㅠㅠㅜ





학교마치곤 역시 카페에 가야지






나도 한때는 꽃받는 여자였다고 ㅡㅡ

옆에는 체코에서 건너온 부엉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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